비스바덴 버스 기사 최원호가 들려주는 버스와 그 이상의 이야기 (12)
비스바덴 버스 기사 최원호가 들려주는 버스와 그 이상의 이야기 (12)

비스바덴 버스 기사 최원호가 들려주는 버스와 그 이상의 이야기 (12)

Flexible이란 바로 이런 것. 환상적인 노선운영 ③

이전 글 보기

이러한 환승연계, 환승보장 프로그램은 버스와 버스 사이에서도 실시가 되는데요, 앞서 소개한 일러스트를 더 확장해 보겠습니다. A와 B 노선만 있던 곳에서 노선 E까지 5개로 확장하였습니다. 서로 얽혀 있는 노선들이 시내 일부 정류장에서 만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 서로 시간표를 동일하게 하여 자연스럽게 환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평일 낮 시간에는 비교적 버스들이 자주 다니기 때문에 서로 시간표만 맞춰 놓고 운행하면서 다른 노선의 차량이 늦더라도 기다려 주시는 않습니다. 하지만 심야 시간대 혹은 일요일, 공휴일의 경우는 버스들의 배차간격이 더 길어지기 때문에 이럴땐 최대 5분까지 버스끼리 환승보장을 해줍니다. 운전기사가 지급 받는 시간표에도 기록이 되어 있고 버스단말기에도 해당 정류장에서 몇번, 몇번 버스를 만나야 하는지 표시가 됩니다.

왼쪽에 첨부한 사진의 시간표는 15번 노선의 일요일 시간표인데요, Luisenplatz 라는 정류장에서 9시4분에 14번, 18번, 23번을 만나야 한다고 표시가 되어있습니다. 그 다음 정류장인 Wilhelmstrasse에서는 14번 대신에 8번과 만나게 됩니다. 이 환승보장 프로그램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으로 다른 한 개의 노선이 늦더라도 최대 5분까지 기다려야 하며, 그래도 다른 차량이 도착하지 않으면 맨 앞에 정차한 차량의 운전자가 상황실에 무전 보고 후 출발명령이 떨어지면 출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는 이른 새벽시간이나 일요일, 공휴일에도 시민들이 큰 불편함 없이 버스를 이용하고 환승해서 최종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죠.

23, 15, 14번 노선이 같은 시간에 도착, 18, 5, 17, 4번이 같은 시간에 도착
유사노선 5번과 15번 10분의 마법, 유사노선 4번과 14번 10분의 마법
5분 배차 효과, 환승 편의 최대화


4. 아침 다르고 낮 다르고, 버스노선이 바뀐다??

이거 참 신기하지요. 버스노선이 시간대별로 바뀐다? 그럼 헷갈려서 어떻게 이용하지요?
네.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버스노선이 아침과 낮이 다르고 평일과 주말이 다릅니다. 노선번호는 똑같은데 운행 경로가 달라지게 되지요.
이런 Flexible한 버스노선은 어떻게 보면 승객 이용편의 측면 보다는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탄생 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서울시 버스노선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바로 시간대별로 바뀌는 승객 이용패턴 때문에 운영효율이 떨어지고 운송비가 상승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노선 단축이나 폐선을 하자니 조금이라도 버스를 이용하던 승객들의 불편이 예상되고, 그렇다고 노선을 계속 유지하자니 너무 적자가 심해지고, 그런 말못할 고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희 노선중에 17번 노선은 주로 시외곽 주거지역과 시내를 잊는 노선입니다. 그렇다보니 학생 등교도 없고 직장인 출근도 없는 일요일이나 공휴일엔 이용승객이 많지 않아서 첫차가 11시42분, 막차가 17시30분에 있습니다. 평일엔 승객 수요가 많아서 10분 배차를 하고 학생들 등교시간엔 추가로 차량까지 투입하는 노선인데, 일요일엔 거의 절벽 수순으로 이용율이 감소합니다. 아무리 일요일이어도 그렇지 첫차가 11시42분이라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에 17번이 운행하지 않는 시간대에 비교적 이용승객이 많고 노선 경로가 유사한 24번이 17번만 다니는 구간을 커버합니다.
아래 일러스트에 나와 있듯이 정규 노선대로 운행한다면 굵은 선으로 운행을 해야하지만 17번이 운행하지 않는 시간대에는 가는 선으로 노선경로를 변경해서 17번 구간을 대신 운행을 해주는 것이지요. 17번 반대편 구간은 14번이 연장해서 17번 구간을 커버해 주기 때문에 17번을 이용하던 승객들은 14번이나 24번을 이용하면 됩니다.

27번 노선도 마찬가지로 33번과 24번 노선이 27번을 대신하여 승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굳이 손님이 없는 시간대에 차를 운행시키는 것보다 차를 투입하지 않고 운영비를 절감하면서도 경로가 비슷한 노선을 해당 시간대에 경로를 틀어 운행하게 함으로써, 시민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죠.
17번 노선이 일요일에 15분 배차로 운행되니 새벽 5시50분(평일첫차)부터 11시42분까지 그리고 저녁 17시30분 부터 새벽01시11분(평일막차)까지 운영비가 얼마나 많이 절감이 될 지 예상되시겠죠? 대략 12시간 30분 정도 투입차량을 빼는 것이니 비용이 얼마나 절감이 될 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